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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리뷰-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아름다웠던 첫사랑

by editor5094 2025. 2. 23.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말이, 영화 건축학개론 속에서는 참 잔인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 누구나 마음 한편에 품고 있을 법한 첫사랑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설렘과 후회, 아쉬움이 뒤섞인 그 감정을 너무나도 섬세하게 표현했죠.

건축학개론 포스터

첫사랑의 기억, 다시 마주하다

영화는 건축가가 된 승민(엄태웅) 앞에 한 여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그녀는 바로 15년 전 첫사랑이었던 서연(한가인)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제주도에 집을 지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얽히게 되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과거로 돌아갑니다. 대학생이었던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서연(수지)을 처음 만납니다. 활발하고 솔직한 그녀는 내성적인 공대생 승민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같이 과제를 하면서 가까워지고, 함께 음악을 들으며 서로에게 스며들죠. 하지만 첫사랑이라는 게 늘 그렇듯, 타이밍이 맞지 않았습니다. 서툴렀고,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두 사람은 멀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15년 후, 다시 만난 두 사람. 어색하게나마 대화를 나누지만, 이제는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버렸습니다.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잠시, 영화는 현실의 냉정함을 보여줍니다. 이루어질 듯하면서도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 그 아련한 감정이 관객들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아려옵니다. 누구에게나 ‘그때 내가 조금 더 솔직했더라면...’ 하는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테니까요. 건축학개론은 바로 그 감정을 건드리는 영화였습니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지나간 시간과 사람, 그리고 그때 하지 못했던 말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찰떡이었습니다. 이제훈은 첫사랑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풋풋한 대학생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연기했습니다. 수지는 특유의 맑은 분위기로 서연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고요. 두 사람이 함께한 장면들은 마치 진짜 과거의 한 조각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승민과 서연을 연기한 엄태웅과 한가인의 조합도 좋았습니다. 특히 한가인의 담담한 눈빛과 말투에서는 세월이 흘렀음을 느낄 수 있었고, 엄태웅의 망설임 속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이 묻어났습니다.

OST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이 흐르는 순간, 스크린 속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를 겁니다.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아름다웠던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마음이 멍해집니다. 두 사람은 결국 다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첫사랑이란 게 원래 그렇잖아요.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는 법이니까요.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과장되지도, 꾸며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갔고, 그래서 더 아련하게 남았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첫사랑의 기억이 떠오른다면, 혹은 잊고 지내던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다시 한번 꺼내보는 건 어떨까요?